커다란 기쁨

설영 2009.12.20 00:28 조회 수 : 676

커다란 기쁨  



                                         - 파블로 네루다





옛날에 추구하고 있었던 그림자 따위는 이제 소용없다
나에게는 저 돛대가 가지고 있는 이중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숲의 유산에 대해서 해로(海路)의 바람에 대해서 아는 것과
그리고 어느날 나는 결의했던 것이다 이 세상의 빛 아래서



나는 감옥에 처넣어지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백합꽃을 꿈 속에서 찾아헤매는 젊은 승려를 위해서 쓰는 것도 아니다
나는 쓰는 것이다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함없는 이 세상의 기본적인 요소들 -물과 달을
학교와 빵과 포도주를
기타나 연장류 등을 갖고 싶어 하는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나는 민중을 위하여 쓰는 것이다 가령
그들이 나의 시를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나의 생활을 일신시켜 주는 대기여
언젠가 내 시의 한 줄이
그들의 귀에 다다를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소박한 눈동자는 눈을 들 것이다
광부는 바위를 깨면서 웃음을 머금고
삽을 손에 쥔 노동자는 이마를 닦고
어부는 손 안에서 뛰노는 고기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볼것이며
산뜻하게 갓 닦은 몸에
비누향기를 뿌린 기관사는
나의 시를 찬찬히 들여다 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틀림없이 말할 것이다
"이것은 동지의 시다"라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꽃다발이다 명예다

  

바라건대 공장이나 탄광 밖에서도
나의 시가 대지에 뿌리를 내려 대기와 일체가 되고
학대받은 사람들의 승리와 결합되기를
바라건대 내가 천천히
금속으로 만들어낸 견고한 시 속에서
상자를 차츰차츰 열 수 있기를
젊은이가 생활을 발견하고
그곳에 마음을 다져넣어
돌풍과 부딪쳐 주기를

  

그 돌풍이야 말로 바람 센 고지에서
나의 기쁨이었던 것이다.



(김남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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