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 경제지에서 조차 대공황 운운하는 정도로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주도의 유동성잔치에 대해 나름 정리된 글입니다. 역시 언제나 핵심은 경제입니다



[머니투데이 이승제기자][[글로벌 대공황,악몽이냐 가까운 미래냐]<上>유동성 잔치의
최후]

미국 경제가 끝 모를 신용경색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대공황(the Gre
at Depression)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황(Panic)'이란 표현은 시장 침체와 그에 따른 충격을 묘사하기 위해 자주 쓰이고
있지만, 실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찾아온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뛰어넘는
다. 과거 1920년 후반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은 자본시장, 산업계는 물론 그 시대에 살
았던 사람들에 대재앙이었다.

전문가들은 대공황의 도래 여부를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낙관론은 "설마
그렇게까지 되 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한다. 비관론은 "반드시 오지 않는다 해
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리 대비해야한다"는 유비무환을 강조한다. 만약 '빙하기'라는
최악의 시기가 온다면, 그 속에서 살아남을 길을 미리 준비하자는 비장함이다.

◇막 내리는 글로벌 유동성 잔치, 그 끝은?
세계 경제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20여년간 유동성의 끝없는
확장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유동성 잔치는 끝나지 않고, '천년왕국'은 영원할 것"
이란 섣부른 기대감마저 나왔다. 모두가 도취됐고, 위기의식은 실종됐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테크놀로지 진보가 한데 어울
려 글로벌 유동성 잔치가 가능해졌다"며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며 이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는 미국이 앞장서 전파한 새로운 국제 금융·자본질서다. 미국을 중심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확장과 이동을 위해 국경, 국가, 민족이란 장벽을 없애려 한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IB(투자은행) 들은 신자유주의를 전파하는 '전도사'로서 세계를 누볐
다. 세계 각지에서 금융회사와 부동산 등을 거침없이 삼켰고,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에서 미국의 IB들은 '최고의 벤치마
킹 대상'으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첨병 역할을 맡았던 미국의 IB들이 이제 무너지고 있다. 유동성 잔치의 최대
수혜자들이 잔치가 끝남에 따라 쓸쓸히 무대에서 퇴장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잔치를
주도하는 '호스트'의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먼브러더스는 매물로
나왔고, 세계 3대 IB 중 하나인 메릴린치도 생존을 위해 허덕이고 있다. 더 이상 안전
지대는 없다는 위기가 나오고 있다. IB의 위기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붕
괴되고 있다는 묵시록적 징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대공황, 일어난다면 어떻게?
미국의 소비는 글로벌 유동성 잔치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미국은 앨런 그린스펀 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체제 아래서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미국 소비의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필요악이자 어쩔 수 없는 독'이었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소비확대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전략은 의외로 간단했다. 홍성국 센터장은 "미국은
미국 이외 국가 특히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서 자국 소비를 위해 필요한 공산품과 원자
재 등을 수입하는 대신 다른 나라의 해외자산을 사들이는 방식 즉, 새로운 생존전략인
'독점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흐름을 가능케 한 것은 기축통화인 달러다. 미국은 수입 공산품 등의 대가로 달러
를 주고, 미국 이외 국가는 미 국채 등에 다시 달러를 예금한다. 미국은 거둬들인 달
러로 다른 나라의 해외자산을 매수해 독 점 시스템을 튼튼하게 짜깁기했다.

문제는 이 연결고리가 미국 소비확대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
나친 유동성에 뒤따르는 위기를 예감하면서도 저금리 정책을 펴 온 이유도 바로 이 때
문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소비가 급격하게 무너지면, 미국 수출에 의존해왔던 미국 이외 국가 특히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결론은 간단하다. 유동성 국면에서
생산능력을 키워왔던 국가들은 사상 초유의 공급과잉을 겪게 되고, 과거 1920년대 나타
났던 대공황처럼, 전 세계적으로 도산이 확산될 수 있다. 글로벌 대공황은 과거 미국
에서 나타났던 대재앙이 전 세계로 확산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어 일단 현실화되면
그 충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 이 같은 붕괴가 시작되면, '소비급감→과잉공급 일상화→ 투자축소 및 부실기업
증대→실업 양산→경기 추가하락→소득 및 소비 감소'라는 대공황 특유의 악순환이
나타난다.

◇나이트 메어, 가까운 미래?
글로벌 대공황이란 단어는 지금 상태에선 일종의 '금지어'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상
당수 전문가들이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충격이 워낙 클 것이기 때문에 언급 자
체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홍성국 센터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위기, 그리고 이에 연계된 글로벌 위기
를 해부해 보면 글로벌 대공황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라며 "이제 그
가능성 논란보다는 만약 현실화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금융시스템 이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관심을 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신중론도 나온다. 오승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1·2차 오일쇼크
의 경우 그 충격이 장기화됐다면 대공황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현재 실물경제와 금
융 부문이 모두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위기들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부
문의 부실이 많아졌지만 미국의 불량채권을 사들인 여러 나라에서 리스크를 분담했기
때문에 대공황 발생의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대공황이란 재앙을 막기
위해 글로벌 공조체제가 가동될 것이고, 이에 따라 대공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의견이
다. "심각하긴 하겠지만, 대공황은 아닐 것"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조동철 한국경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미국에서 저금리 정책을 너
무 오래 유지한 것은 명백히 잘못이고, 각종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대공황
도래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는 느낌"이라며 "대공황을 통해 교훈을 얻었기 때
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929년 10월 미국을 강타했던 대공황은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닥쳤다. 그
해 10월 24일은 '암흑의 목요일'이란 단어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날부터 주가폭락이
이어졌고, 증권시장은 단시일에 완전히 붕괴됐다.

이후 미국 경기는 후퇴를 거듭해 1932년까지 미국 노동자의 4분의 1이 실직했다. 이
충격은 유럽 경제에 파급돼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산업국가에서 수 백만명의 실
업자를 양산했다.

금융 상황도 지금과 비슷했다.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채권국인 미국은 민간 달
러자금의 대외지출을 늘렸고, 이는 독일의 부흥자본 형성 및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배
상지불, 영국과 프랑스의 미국에 대한 전시채무 반환 등으로 이어졌다. 결국 미국을 중
심으로 글로벌 금융·경제시스템이 확립된 가운데 미국발 대공황이 발생하자 세계 경
제는 급격하게 후퇴했고, 그 충격을 벗어나기까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만약 대공황이 다시 찾아온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1920년대 대공황은 미국과 주요 산업국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그 충격
이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이머징마켓과 주요 자원국들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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