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기쁨

설영 2009.12.20 00:28 조회 수 : 667

커다란 기쁨  



                                         - 파블로 네루다





옛날에 추구하고 있었던 그림자 따위는 이제 소용없다
나에게는 저 돛대가 가지고 있는 이중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숲의 유산에 대해서 해로(海路)의 바람에 대해서 아는 것과
그리고 어느날 나는 결의했던 것이다 이 세상의 빛 아래서



나는 감옥에 처넣어지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백합꽃을 꿈 속에서 찾아헤매는 젊은 승려를 위해서 쓰는 것도 아니다
나는 쓰는 것이다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함없는 이 세상의 기본적인 요소들 -물과 달을
학교와 빵과 포도주를
기타나 연장류 등을 갖고 싶어 하는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나는 민중을 위하여 쓰는 것이다 가령
그들이 나의 시를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나의 생활을 일신시켜 주는 대기여
언젠가 내 시의 한 줄이
그들의 귀에 다다를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소박한 눈동자는 눈을 들 것이다
광부는 바위를 깨면서 웃음을 머금고
삽을 손에 쥔 노동자는 이마를 닦고
어부는 손 안에서 뛰노는 고기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볼것이며
산뜻하게 갓 닦은 몸에
비누향기를 뿌린 기관사는
나의 시를 찬찬히 들여다 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틀림없이 말할 것이다
"이것은 동지의 시다"라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꽃다발이다 명예다

  

바라건대 공장이나 탄광 밖에서도
나의 시가 대지에 뿌리를 내려 대기와 일체가 되고
학대받은 사람들의 승리와 결합되기를
바라건대 내가 천천히
금속으로 만들어낸 견고한 시 속에서
상자를 차츰차츰 열 수 있기를
젊은이가 생활을 발견하고
그곳에 마음을 다져넣어
돌풍과 부딪쳐 주기를

  

그 돌풍이야 말로 바람 센 고지에서
나의 기쁨이었던 것이다.



(김남주 역)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 보정판[탄생과 불평등의 근원] file 백형근 2011.05.31 679
89 경제위기에 맞선 전북지역 대학생 공동행동 공동행동 2009.04.23 678
88 6월 토론회 후기로 참고할 만한 글 사회와노동 2009.06.22 673
87 요즘 사람들을 눈물나게 하는 최혜원 선생님 file 새여정 2008.12.16 672
86 진보정당운동실패, 그 이후를 설계하는 4단체 초청 토론회 노동전선 2008.09.12 670
85 평등지부 일일주점 많이 놀러오세요~ file 평등지부 2008.10.28 669
84 일제고사반대 성적조작 솜방망이 징계규탄 촛불집회 일제고사 반대 2009.03.26 669
83 [전북노동포럼]3월 월례강좌 개최합니다. file 전북노동포럼 2009.03.11 668
» 커다란 기쁨 설영 2009.12.20 667
81 [0701 전북대책위보도자료]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민을 경찰이 구타 시민 부상 과감하게 2008.07.01 666
80 글로벌 대공황과 유동성잔치의 최후-머니투데이 펌 서하 2008.07.29 662
79 전북평등지부 (주)청진 민주노조 사수 제5차 결의대회 전북평등지부 2009.03.24 661
78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사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하라! 전라북도립국악원지부 2009.04.02 661
77 기사내용 ,,,,,,, 설영 2010.01.19 661
76 [신간] 오세철 교수, 좌익공산주의 출간 빛나는전망 2008.09.21 658
75 명바기 프락치 작전(최종) file 서하 2008.06.09 657
74 일제고사거부, 체험현장학습에 동참을!! 전북공공 2009.02.27 657
73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 인류사를 뒤흔든 『자본론』을 가장 쉽게 풀어 쓴 책 신간 소개 2009.07.14 656
72 어용노조로 부터 kbs를 구출하라-내부인이 본 KBS 문제와 촛불집회 서하 2008.06.25 655
71 폭력/비폭력, 운동권/시민의 이분법을 넘어 과감하게 2008.07.02 655
 
 

 

                                               [561-825]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3가 747-12번지  전화: 063 908 0654   팩스: 063 908 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