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결국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관리자 2006.12.11 19:21 조회 수 : 4841



<제58주년 세계인권선언일>폭력체제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 글은 1948년 12월 10일 세계 인권 선언 이후 오늘 58주년을 기념하며 현 신자유주의 하에서 우리 사회 인권이라는 문제를 다시 되돌아 보고자 쓴 글입니다.

우리는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거나 부정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믿는 상식은 인권에 기초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가권력은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는 제한되어야 하고, 경제·사회·문화적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떤가? 국가권력의 이런 역할과 기능은 대폭 축소되어 시장의 자율에 넘겨버린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과 제도는 후퇴하여 자본에 의해서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변하고, 사회공공 영역은 축소되어 민간영역으로 넘겨지면서 경쟁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경쟁력이고, 그럴 때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이라는 것이 인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을 규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최소한의 기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 기준 자체가 부정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생존권 요구에 정권의 답은 ‘폭력진압’

모든 것이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자본이 중심이다. 국가의 역할은 축소한 위에 시장이 요구하는 무한경쟁에 내맡겨진다. 그러므로 빈곤층은 확대되고,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투쟁에 나서게 된다. 이럴 때 국가권력은 정책의 변경을 통해서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길보다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생존권적 요구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즉 폭력을 동원하여 억압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특징이다. 올해에 들어서 노동자와 농민들의 생존권적 투쟁이 가열차게 전개되었지만, 이에 대한 정권의 답은 언제나 폭력적인 진압이었다. 생존권에 나서는 노동자들은 대개가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정규직에 비해서는 임금도 절반 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들이었다. 그런데도 앞으로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길을 터준 법안이 국회에서 직권상정 처리되었다.

아파도 병원 못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서 빈곤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낳는 빈곤을 ‘빈곤의 여성화’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것은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라는 점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성차별화적인 지구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그래서 차별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폭력은 단지 직접적인 물리적인 폭력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인 노동, 건강, 주거, 교육, 사회보장, 문화 등의 모든 영역에서 구조적인 폭력이 가해진다. 노동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은 임금을 받지 못하므로 아파도 병원에 가는 길을 포기하고, 전세 살다가 월세로 내려앉고 그러다가는 끝내 길거리에 나앉는다.


▲<가난한 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빈민의 경제적 인권 캠페인.[사진 출처] 켄싱톤복지권조합 홈페이지 www.kwru.org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비는 증가일로에 있는데 아이들 학원도 끊어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청년실업 상태에 놓이게 된다. 임금체계를 중심으로 짜인 사회보장체계는 빈곤층의 전반을 아우르면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문화적인 권리를 향유하는 것은 너무도 요원하다. 결국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말이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다수는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의 원칙은 주주들의 배당이익을 늘리고, 대신 임금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부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서 빈곤은 절망의 빈곤으로 얘기된다.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탈출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빈곤은 모든 인권보장체계로부터 강제로 배제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미국이 강요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미국식 민주주의다. 여기에는 미국의 세계패권전략까지 동시에 추구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라크 전쟁은 그런 미국의 패권전략이 적용된 극단적인 예이고, 한국에서 주한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 미군기지를 확장하고, 제주도 화순항을 미해군기지로 만드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테러 의심 세력에 대한 선제공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군사전략이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군기지 '군사침략'  한미FTA '경제침략'...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총체적 인식해야

그래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은 결국 한 몸이다. 한미 FTA 협상을 저지하는 투쟁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는 투쟁은 결국은 미국이 중심에 서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저지하는 투쟁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가지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분절적으로 사고하고, 투쟁도 그렇게 한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재편이라는 미명 아래 경제침략도, 군사적인 침략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임에도 우리는 서로 따로 떼어놓고 사고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투쟁은 결국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고 총체적인 투쟁임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이제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상식은 부정되고 극한적인 폭력체제가 도래한다.

결국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며 살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실천 활동이 요청된다. 오늘의 민중총궐기의 한계는 이와 같은 총체적인 문제를 분절적으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오는지도 모르겠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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