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을 눈물나게 하는 최혜원 선생님

새여정 2008.12.16 14:05 조회 수 : 672

요즘 사람들을 눈물나게 하는 최혜원선생님의 글입니다.

한글 파일로도 첨부합니다.

여기 저기 퍼날라 주시구요.

12월 23일 전라북도에서도 중1.2 일제고사일에 체험학습 떠납니다.

체험학습 신청서를 학교에 제출하면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네트워크(집행위원장 김종섭)에서 주관합니다.

참여를 희망하시면 연락주십시오.

활동가의 자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알려 주십시오.


[전문] 현직교사입니다. 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

  

처음 일제고사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할 때부터,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많은 격려를 받아왔는데...

당당히 싸워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음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내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쓰고,

한 시에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시 교육청으로 가야해요.


징계 통보를 받을 방학 전까지는 아마,

학교에 나갈 수 있겠지만...

방학을 하고 난 2월, 그리고 아이들 졸업식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에 마지막 편지를 썼어요.


쓰면서, 울면서,

그렇게 편지를 다 쓰고,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아이가 뉴스를 보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어엉 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큰 소리로 울어버리더라구요...

'그래, 난 당당해.'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하고 억지로 참았던 울음이,

그 아이 울음소리에 그만 터져나오고 말았어요.


"선생님 우리 그럼 헤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졸업해도 나는 선생님 찾아갈려고 했는데...

그래서 중학교 가서 교복 입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아,

어찌해야 하나요...

내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까요...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머님들께 드리기 위해 쓴 마지막 편지 올려봅니다...


  

[어머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날이 생각납니다.

혹시나 첫날 만났는데 교실이 어지러울까

전날 아이들 만날 교실에서 정성껏 청소를 하고

꿈에 부풀어, 가슴 설레이며, 아이들 책상 위에 꽃을 올려두었지요.

음악을 틀고, 추운 몸을 덥혀주려고 정성껏 물을 끓여두었습니다.

하나, 둘, 자리를 채운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앞에 두고

저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 들려주었어요.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라고, 억 겁의 인연이라고...


그렇게, 처음 만났고,

이 좁은 교실에서 일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먹고, 뒹굴고, 한 몸 같이 지내던 시간.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 눈물로 헤어져야만 하게 되었음을 전하는 지금 제 마음을

차마 이 몇 글자 속에 담아낼 수가 없네요...


어제 오후, 저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직에 처음 발 디딘 지 이제 3년.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만약 신이 계시다면, 내게 이 직업을 주셨음에

하루하루 감사하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서 이제 서울시 교육청이,

제 아이들을 빼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해임의 이유는,

성실의무 위반, 명령 불복종이랍니다...

제가 너무 이 시대를 우습게 보았나 봅니다.

적어도 상식은 살아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싶었는데...

옳지 못한 것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이를 앙 다물고 버텼는데...

시대에 배신당한 이 마음이 너무나 사무치게 저려옵니다.


‘그러게 조용히 살지...’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

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늘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후회하느냐구요...?

아니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양심있는 사람들이 살기엔 너무나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음을 새삼 깨달으며,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명령에 복종하며 바닥을 기기보다는

교육자로서 당당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럼에도 다시 후회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 폭력의 시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살지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아이들을 빼앗기는 이 모습이

가슴이 터지도록 후회스럽습니다.


울고, 웃고, 화내고, 떠들고, 뒹굴며

늘 함께했던

아이들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저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눈물을 삼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들 서른 둘 얼굴이 하나하나 눈 앞을 스쳐 지나가

눈물이 쏟아져 화면이 뿌옇습니다...

이렇게 아끼는 내 자식들을 두고

내가 이곳을 어떻게 떠나야 할까...

졸업식 앞두고 이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

문집 만들자고, 마무리 잔치 하자고,

하루종일 뛰어 놀자고,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했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떠나야만 하는 마음,

꼭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더러운 시대 앞에

굴하지 않은 가슴 뜨거운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한울미르반 담임 최혜원 올림

출처 :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을 뿐...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눈물을 삼킵니다" - 오마이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0 2009 설맞이 재정사업 합니다. file 전북평인련 2009.01.15 731
269 촛불문화제 내부 사정으로 연기되었습니다. 설영 2009.09.22 731
268 원광대학교 '민주주의 영화제'에 초대합니다 ^^ 행동연대 2009.11.02 735
267 변혁적 진보정당의 필요성과 기본상 제리 2008.02.18 736
266 <참세상>100년, 30년 그리고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의 여성노동자 새여정 2007.03.15 737
265 정치인들 너무 부자다 file 장동만 2008.05.01 737
264 Comin 2호가 나왔습니다 ^^ 꼬민 2009.04.18 739
263 13단체 공동제작 선전물(2) file 서하 2008.06.03 740
262 선거때만.... 최영훈 2011.10.07 740
261 서울교육감선거 주경복을 지지하자 file 서하 2008.07.25 743
260 8월 14일 입시폐지 자전거행동에... 입시폐지 2008.08.13 743
259 명바기 이젠 프락치로 승부한다. file 서하 2008.06.09 744
258 언론장악 반대, 기륭 투쟁 지지, 촛불문화제... 일정이에요. 할망구 2008.08.25 744
257 희망의 기도를..... ! 김선기 2008.09.25 746
256 한미FTA 졸속협상중단 전북지역 비상시국선언문 새여정 2007.03.20 748
255 13단체 공동제작 선전물(1) file 서하 2008.06.03 749
254 RSOI/FE 연합훈련 규탄 행동 연대 제안문 전북평화와인권연대 2007.03.19 756
253 현대미포조선 현장대책위 20081229 홍보물 미포대책위 2008.12.29 758
252 이랜드 농성장 재침탈 - 정부의 폭력진압 시민사회단체 불매운동으로 맞대응 새여정 2007.08.03 761
251 전교조 아카데미에 새여정 동지들을 초청합니다! 김정훈 2009.09.02 761
 
 

 

                                               [561-825]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3가 747-12번지  전화: 063 908 0654   팩스: 063 908 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