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블러그에서 가져온글

진실 2009.06.03 15:43 조회 수 : 627


"때로는 차가운 머리 보다는 가슴에서 우러나온 광기가 혁명에(최소한 촛불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 광기들을 꿰어서 조율하여 진정한 혁명의 동력으로 엮어내는 것은 광기가 아닐 것이다. (...) 신문이 광기를 조율 불가능한 상황까지 밀어내서는 안되리라는 노파심도 든다. '광기와 혁명' 에 대해 좀 더 상세한 정리가 필요하겠다" 라고 나는 지난 포스트 (http://blog.jinbo.net/radix/?pid=198)에서 말했었는데, 마침 많이는 아니지만 약간은 비슷한 맥락에서 '대중 광기'와 '조직 혁명' 이라는 관점을 다룬 글이 있어 옮겨온다 (참고로 여기서 내가 말하는 광기는 '대중의 감성적 폭발성'을 말하는 것이지 '이성적 요소의 전적인 결격이나 미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옮기는 글을 미리 내 방식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대중을 지도하려는 기질은 개인들의 성정에 기초한 도덕적·사적 행동방식의 발로로서 혁명에 전혀 보탬이 안되지만, 대중을 지도하는 행위나 능력은 정당성과 정통성 위에서 마련된 지극히 정치적(공적 윤리성)인 것으로서 혁명에 필요불가결한 도구가 된다. 민중의 자연발생적 봉기가 인공적·기술적·정치적 동력으로 엮여나오는 것이 정치이고 이 정치의 주인은 당연히 민중이지만, 민중이 바로 혁명(정치)의 주체(주인이 아니라 주동체)가 되는 것은 아니고 정당하고 합리적인 위상(정통성·권위)과 권능(재능·능력)을 갖는 지도부의 조직적 지도력에 의해서만 그 구현(구체적 실현)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지극히 실재적인(추상적 주장 말고) 요청이 혁명에 더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고 행동에 일체성(권위의 인정과 복종)을 보일 때만이 혁명의 성공가능성이 보장된다는 말이겠다. 그리고 '민주'라는 이름의 요청에 의한 정치적 조직체의 탈권위가 능사는 아니고(노무현의 탈권위를 모두들 엄청 칭찬하던데, 이것도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 중요한 것은 권위를 제도정치권 내의 진입을 통해서만 획득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사회 세력의 건설"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분출되는 양태 속에서 찾아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나 몰라 세 번 읽으면서(원문-메모장-블로그) 내가 한 이해는 이런 것인데, 나와는 다른 독해도 있을 수 있겠기에 참고용으로 군말을 보탰다. 중간에 둔 문단 구분용 별표 둘은 원문의 것이 아니다.]




“대중 봉기로는 충분치 않다”  / 마르타 아르네케르 글, 장석준 번역
[Left Side Story] 중남미 경험과 정당…"좌파, 정치문화-정치관 바꿔야"

아래는 칠레 출신의 저명한 여성 맑스주의자 마르타 아르네케르의 최근 글(원제: 「투쟁을 위한 사색 -1」)을 번역한 것이다. 아르네케르는 1970년대 초 칠레 아옌데 인민연합 정부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고 이후 그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의 볼리바리안 혁명에 참여하면서 칠레의 경험, 베네수엘라의 경험을 꿰뚫는 정치적 탐구와 사색의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아래 글은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정당의 과제에 대해 풍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전 세계 좌파 정당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고민과 해답의 실마리라 생각되어 소개한다. <역자 주>


    
▲ 마르타 아르네케르


1. 21세기로 전환하는 시점에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상당수 나라들을 뒤흔들었던 최근의 대중 봉기와, 더 일반적으로는, 라틴 아메리카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사회적 폭발의 역사는 대중의 주도성이 본래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는 지배 체제를 물리치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 빈곤에 처한 도시와 농촌의 대중이 뚜렷한 지도부 없이 궐기하여 고속도로와 마을, 지역사회를 점거하고 상점을 약탈했으며 의회를 타격했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동원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참여와 전투성만으로는 민중 봉기를 혁명으로 발전시키는 데 충분하지 못했다. 대중은 대통령을 내쫓았다. 하지만 권력을 장악할 수는 없었고, 심층적인 사회 변혁 과정에 착수하지도 못했다.

3. 반면 성공한 혁명의 역사는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의 투쟁들을 하나의 공통 목표 아래 통합할 전국적 대안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 조직이 존재할 때에만 혁명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전국적 대안 프로그램은 다양한 투쟁들의 결집을 돕고 현존 세력 균형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쟁 주체들에게 전망을 제시한다. 오직 이런 방식을 통해서만, 끊임없이 적의 사슬 중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장소에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4. 이러한 정치 조직은 결정적 순간에 증기를 압축해서 이를 강력한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피스톤과 같다.

5. 반발과 저항, 투쟁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도록, 즉 봉기가 혁명으로 전환되도록 효과적인 정치 행위를 감행하려면, 착취 받고 억압 당하는 대중의 분열과 파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 조직이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조직은, 서로 차이도 지니지만 또한 공통의 적을 지닌 세력들을 한데 결집할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 즉, 이미 진행되고 있는 투쟁들을 강화하고 정치 상황에 대한 전반적 분석에 따라 이러한 행동들에 방향을 부여함으로써 또 다른 투쟁들을 촉진할 수 있다. 저항과 투쟁의 다양한 표현들을 결집할 수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6.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수많은 서로 다른 평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안다. 이런 생각에 대해서는 토론조차 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런 입장이 나타나는 이유는 이들이 위와 같은 생각을 다수 좌파 정당들의 특징인, 반민주적이고 권위적이며 관료적이고 책략적인 정치 실천들과 연관된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7. 나는 우리가 이러한 주체적인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근본 과제라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가 논의해야 할 정치 조직은 정치 조직 일반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용된 정치 조직, 즉 우리가 함께 건설해가야 할 정치 조직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다.

8.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정치 조직을 건설하거나 리모델링하려면, 좌파는 그 정치 문화와 정치관을 바꿔야만 한다. 의회나 지방자치단체 장악을 위한, 즉 선거 승리나 개혁 입법을 위한 제도 정치 투쟁에 제한돼서는 안 된다. 이런 협소한 정치관을 따른다면, 민중 부문과 그들의 투쟁은 완전히 무시되고 만다. 또한 정치를 현재 가능한 것만을 행하는 기술로 제한해서도 안 된다.

9. 좌파에게 정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예(art)여야만 한다. 주의주의적 선언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세력 균형을 민중운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서 당장 현재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미래에는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는 기예로 정치를 이해하자는 것이다.

10. 우리는 정치를 세력 구축의 기예로 바라보아야만 한다. 우리는 사회 세력의 건설 없이 정치 세력을 건설하려 한, 낡고 오래된 오류를 극복해야만 한다.

**

11. 불행히도 우리 투사들 사이에는 아직도 ‘혁명적 시기’를 떠벌이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들의 성명서를 보면 급진주의로 넘쳐난다. 나는 현 상황을 급진화하는 것은 오직 세력 구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사사건건 급진화 요구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다음의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 일보 전진을 위해 필요한 정치적 사회적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12. 그러나 이러한 세력 구축은 자연발생적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민중 봉기뿐이다. 건설자(세력 구축의 주체)가 필요하다.

13. 그래서 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부문을 단결시키고 이들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국적 기획을 제출할 능력을 지닌 조직으로 새로운 정치 조직을 구상한다. 이러한 정치 조직은 사회의 다른 부분을 향해 열려 있는 공간이어야만 하며, 사회운동들을 조종하려 하기보다는 그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조직의 투사와 지도자들은 민중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지식(일상 생존 투쟁 과정에서 획득하기도 하고 민중의 문화 전통에서 비롯되기도 하는)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러한 지식을 정치 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 지식과 결합시킬 수 있는 대중 교육가들이어야만 한다. 사회운동들에 봉사하면서 이들 운동에 방향을 부여하고 결집시키는 수단이어야 하는 것이다.



* 이 글은 <주간 진보신당>에도 같이 실렸습니다. 레디앙 2009년 05월 29일 (금) 09:58:05 번역 장석준

태그: 혁명 / 조직 / 민중 / 광기 / 아르네케르 / 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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