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30년 그리고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의 여성노동자  

[기자의눈] 알몸을 선택한 여성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가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 2007년03월09일 18시51분  

10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100년 전 여성노동자들은, 아니 그 이전부터 여성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임금 인상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를 외치며 거리에 섰다. 미국 트라이앵글이라는 피복회사의 여성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 죽었다. 그녀들은 당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살았으며, 이를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거리로 나섰다.




30년 전 알몸시위를 했던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 그녀들에게 돌아온 것은 똥물이었다.

30년 여 전 동일방직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노조활동 보장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를 외치며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사흘째, 수 백 명의 경찰이 농성장에 들이닥쳤다. 그녀들은 손을 잡았다. 그 때 누군가 “옷을 벗자. 벗고 있으면 그 누구도 손을 못 댄대!”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들은 옷을 벗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경찰은 그녀들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2007년 3월 7일, 울산과학대의 청소미화원 여성노동자들은 알몸인 상태로 울산과학대 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녀들은 한 달에 67만 원 받으며 일해 온 청소미화원 노동자들이다. 그녀들은 1월 22일, “2월 23일부로 계약해지 하겠다”라는 사측에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사측은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명할 수 없는, 그동안의 삶이 억울해 사직서에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었던 9명의 노동자들은 서명을 거부했다. 그리고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에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누군가는 외쳤을 것이다. “옷을 벗자. 벗고 있으면 그 누구도 손을 못 댄대!” 하지만 그녀들은 알몸으로 끌려나왔다.


그리고 2007년 99주년 여성의 날을 맞는 3월 8일 광주시청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직원 고용을 승계하라”고 요구하며 알몸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광주시청 3층 사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철야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을 끌어냈다. 남성노동자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끌려 나갔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만 남았다. 농성장에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누군가 외쳤다. “우리 몸에 손대지 말라”고 외쳤다. 그리고 윗옷을 벗었다.


많이 변했다. 하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100년 전, 30년 전, 그리고 2007년. 어쩌면 이리도 닮아 있을까. 구호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로서 임금임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위해 노동3권을 요구했으며,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주장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울산과학대의 여성노동자들은 알몸시위를 벌였으나 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왔다.  
울산노동뉴스

아니 많이 변했다. 언론들은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시대라고, 검사들의 여성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여성CEO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여성들의 권리가 증진되었다라고 매일 떠든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여성도 능력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며 여성이 책임졌던 가사노동, 보육, 간병 노동 등을 사회화 시키겠다라며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여성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 속에 70%가 여성노동자다. 그녀들의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무현 정부가 여성이 일하기 위해, 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전략’은 사회화 시키겠다는 여성의 일을 또 다시 여성들의 일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비정규직에 저임금 노동자로 만들었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은 20대에는 계약직 노동자로 채용되었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해고된다. 그리고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한 사람이 벌어서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또 다시 계약직 노동자로 나선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파견노동자로 하청에 재하청 회사에 고용되어 한 달에 67만 원 받는 것도 고마워하며 일해야 한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가 그렇게도 보호하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며, 여성노동자의 삶이다.


하이텍, 기륭, KTX, 울산과학대, 광주시청...




광주시청 여성노동자들은 "몸에 손대지 말라"며 윗옷을 벗었다.  
공공노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 “강제해고 철회하라”고 하면 사측은, 노무현 정부는 “나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하기 바쁘다. 그래서 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5년 동안 싸우고 있으며, 기륭전자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2년이 넘게 싸우고 있으며, KTX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1년이 넘게 싸우고 있으며, 광주시청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옷을 벗었으며, 울산과학대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알몸으로 거리로 쫓겨 나온 것이다.


30년 전 알몸시위를 한 여성노동자의 누구는 정신질환을 겪었으며, 30년 후 알몸시위를 한 여성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언론에 나갈까봐 조심했다. 여성이 옷을 벗는 투쟁을 한다는 것은 맨 몸을 보이는 것이 수치가 되는 한국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몸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30년 전 여성노동자가 알몸시위를 선택했을 때도, 30년 후 여성노동자가 알몸시위를 선택했을 때도 그러하다. 경찰이, 사측의 구사대가 투쟁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같은 농성장을 침탈했을 때 여성노동자들이 선택한 최후의 투쟁 수단 인 것이다. 비정규직으로 굶어 죽을 순 없기에 선택한 여성노동자들의 생명을 건 투쟁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여성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죽을 수 없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또 누군가는 죽어간다는 것을.


"만약 우리가 남성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다면,
산전산후 휴가를 받고 아이를 탁아소에 맡길 수 있다면,
모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면,
정당과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성과 수태를 조정할 권리가 있다면
이것 모두는 바로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의 피나는 투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10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38 여성의 날 기념대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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