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 ‘노가다’에 근로기준법은 없다

날적이 2008.01.16 16:08 조회 수 : 864

130만 ‘노가다’에 근로기준법은 없다
한겨레|기사입력 2008-01-16 13:49 |최종수정2008-01-16 13:57  



[한겨레] “화장실에 인분이 가득 차올라도 그대로 둡니다. 간이 화장실이 달랑 두 개뿐이고, 그 가운데 하나는 아예 문짝이 떨어져나간 상태로 방치된 적도 있었어요.”

“세면장이나 탈의실은 구경도 할 수 없습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먼지로 뒤범벅이 되지만, 그런 차림새로 퇴근할 수밖에 없지요.”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 시화조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를 짓는 현장이라지만, 노동조건은 세계 최악일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건설현장은 어디 가도 엇비슷하고 옮길 곳도 마땅치 않다’는 권아무개(50)씨는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 청소를 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정식 직원도 아닌데 따진다고 할까 봐 참았다”고 말했다.

40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를 계기로,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갖춰지지 않은데다 근로기준법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늑장 임금’에 ‘안전불감증’까지=조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지난해 12월8일부터 일을 시작한 권씨는 아직도 첫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는 “월급을 나중에 받는다는 사실을, 일을 한 지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다”며 “1월 말 이후에나 준다고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첫달 일한 월급을 이른바 ‘쓰메끼리’(임금지급 유보기간)로 정한 35일 이후에 주는 게 관행이라며, 길게는 66일 만에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달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임금을 주도록 한 근로기준법 43조를 어기는 것이다. 고문상 건설노조 안산지회장은 “쓰메끼리는 일제 때 건설노동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만든 관행”이라고 말했다.

같은 공사현장에서 목수로 일하는 홍아무개(37)씨는 “안전화는 지급이 잘 안돼서 아예 직접 사서 신는 사람들도 있다”며 “목수들한테 기계공들이 쓰는 안전벨트를 주는 등 주먹구구 식”이라고 말했다.



근로계약서까지 썼지만, 팀장이 그만뒀다는 이유로 1주일 만에 쫓겨난 일용직 노동자들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초 해고된 장아무개(52)씨는 “근로계약서를 쓴 ㅅ건설 쪽에 따졌지만, 재하청을 줬기 때문에 사용자가 아니라고 하더라. 근로계약서도 직원들이 착각하고 받은 거라며 파기 처분 했다는 말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근로기준법 42조는 사용주가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 동안 보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골조를 담당하는 원청 시공업체 ㄷ건설과 하청 시공업체 ㅅ건설은 “임금 지급 방식은 사전에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고 시행하는 것이며, 해고 건은 공사 현장의 관행에 따라 팀장이 그만두면 관리할 사람이 없어져서 나오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하청을 준 시공 참여 업체가 책임질 일’이라고 떠넘겼다.

■ 사각지대 130만명=2005년 말 기준으로 건설업 취업자 181만4천명 가운데 ‘노가다’라 일컫는 건설현장의 건설기능인력은 130만6천명에 이른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심규범 박사가 지난해 5월 건설현장 일용직 468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의 78%가 작업 현장에서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6.2%는 아예 없다고 했다. 화장실이 있더라도 ‘더럽다’고 답한 일용직이 82.5%나 됐다. 휴게실이나 탈의실이 없어 불편하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67%와 61%로 높았다.

또 일용직의 70% 가량이 시공사로부터 하청을 받은 전문 건설업체를 통해 일하고 있으며, 근로계약서를 쓴 경우도 50%에 그쳤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1시간이며, 30년 넘게 일한 경력자의 한달 급여는 228만원이었다. 안전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 비율도 20.9%나 됐다.

심 박사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고용관계가 불명확해지면서 사업주의 노무관리 대상에서 일용직들이 누락되고 있다”며 “개별 사업주가 이동이 잦은 일용직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건설산업 차원에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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