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회의 상황실장 (김종섭) 기고문

서하 2008.06.11 10:43 조회 수 : 637

[기고]6월, 촛불의 거리 관통로에서  

2008년 06월 10일 (화) 19:43:07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1987년 6월,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최루탄과 경찰의 곤봉아래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직선제를 외쳤던 전주의 관통로는 시민들과 학생들의 해방구였고 독재를 녹이는 용광로였다. 당시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함으로써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마침내 6월10일, 수 없이 많은 시민들이 관통로에서 경기장까지 팔달로를 가득 메우고 군부 독재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어딘지 아쉬운 87년 6월항쟁은 21년이 지나 촛불의 함성으로 타오르고 있다.

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이명박 정부 심판’을 외치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어둠이 살짝 깔리는 전주 오거리 문화 광장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든다. 맨바닥에 누군가 털썩 앉으면 그때부터가 촛불집회의 시작이다. 먼저 온 시민들과 학생들이 촛불을 만들고 자유발언을 하고, 음악에 맞춰 노래와 구호를 함께한다. 문화공연 신청이 쇄도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문화적 표현’은 ‘촛불문화제’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정권퇴장’, ‘정권심판’의 과격한(?)구호와 연설이 계속돼도 격려와 환호가 쏟아진다. 다소 아쉬운 연설에는 ‘괜찮아’, 다소 장황한 연설은 미소를 지어주며 ‘그만해’가 연호되기도 한다. 어색한 마디가 있지만 자발성과 참여로 어색함은 사라지고 광장의 촛불은 스스로를 ‘민주주의’라 말한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21년 시민항쟁과 08년 촛불항쟁은 시간의 역사를 넘는 버팀목이다. 87년 6월 항쟁의 ‘직선제개헌’이 국민주권을 기초로 한 형식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과정이었다면, 08년 촛불항쟁은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제기되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사회는 ‘세계화’라는 거대 담론에 사로잡혀 세계화의 그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소홀했다. 상위 1%만을 위한 정책, 비정규직 대량 양산, 청년실업과 88만원세대, 부동산 폭등, 사교육비의 증가 등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커녕 실질적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시장 지상주의가 강요돼 왔다. 국가운영도 권위주의 정권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절차에 있어서도 정부는 일방성 이외에 시민들의 내용적, 정서적 동의를 받아내는 데는 무능했다.

08년 촛불의 함성이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넘어 교육, 의료, 민주주의, 대운하 등 다양한 정책과 내용들로 분출되는 것은 삶의 나락으로 빠진 시민들의 분노와 상실감의 표현이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은 정권이 ‘극약처방’이라는 장관교체를 ‘땡질처방’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것이다. 87년 시민항쟁이 국가권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08년 촛불항쟁은 시민들의 생존과 민주주의의 내용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08년 촛불의 함성은 새로운 민주주의 힘을 형성하고 있다. 87년 강력한 지도부와 시민들의 일사 분란함을 통해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되었다면 08년은 시민들의 자발성과 다양성이 하나로 어우러져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일방보다는 소통을, 언저리에서의 관심보다는 직접적인 참여가 08년 6월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다.

촛불집회 초반 87년 세대들이 이런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주저한 것을 보면 시민들의 자발적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차이를 인정한 어울림’, ‘다수가 소수를 배려하는 문화’ 등 민주주의의 교과서를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가고 있다. 현 정부가 새로운 민주주의 과정을 이해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미 시민들은 한국사회의 미래가 지향해야할 민주주의를 스스로 체험하고, 훈련하면서 80년대 민주적 가치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부의 집중에 조용히 있을 민심은 없다. 정부가 ‘과거정권’을 들먹이며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민심의 진원지를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국민의 꽁무니만을 따라다닐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08년 관통로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김종섭(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전북대책회의 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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