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방침은
대중조직의 단결을 훼손할 뿐이다.
- 민주노총 6.19 대의원대회에서 배타적 지지방침은 철회돼야 한다.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노동자계급의 해방운동이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힘으로만 가능할 뿐이며 이를 그 어떤 것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은 지난 역사 속에서 증명돼 왔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은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운동에 가두어져 의회정치, 대리주의 정치로 협소화됐고 노동자 대중을 동원의 대상, 유권자로 전락시키는 오류를 겪어왔다. 그리고 최근 민주노동당 대선 참패 이후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대중적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 역시 이러한 대중적 논의 속에서 새로운 정치적 결정을 요구받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운동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돼왔다. 특히, 96년 노동법개악저지투쟁에서 노동자들이 보여준 전국적 투쟁 열기는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 과제를 현실의 일정으로 올려놨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을 건설’, 민주노동당 건설의 주역이 됐다. 이런 결정은 일 측면에서 정치세력화 운동을 정당건설로까지 진전시켜냈지만 본질적으로는 96·7년 정치총파업 투쟁의 정치적 성과를 노동자계급 자신이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주의로 귀결시켜 버렸다.
이런 결정은 몇 가지 지점에서 큰 문제를 낳았다.
첫째, 노동자정치세력화를 곧 의회진출, 의회정치로 가두어버렸고 그 결과 대중주체의 정치세력화운동은 실패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방침’은 일상적 활동에서 노동자 정치를 지속, 발전시키기 보다는 선거 때만 유효하게 활용됐다. 이는 최근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당원들의 고백이기도 하다. 조직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은 곧 ‘투표’와 ‘재정’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국한됐고 의회진출은 상층중심의 정치운동, 권력을 둘러싼 정치세력간의 합종연횡으로 해석되는 편향된 이해를 낳았다. 결국 민주노총 정치방침은 노동자대중을 주체로 만드는 정치활동이 아닌 동원의 정치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선거득표를 중심에 둔 민주노동당의 몰계급적, 반노동자적 행위는 의회주의로 전락한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낳았다.
둘째,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다양한 정치활동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았다. 되돌아 보건데 민주노총은 1999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정치조직과의 관계에서 대중조직 고유의 상대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제정치조직과의 연대, 지지, 지원을 강화(1999년. 8.23 대의원대회)”한다는 정치조직과의 관계에 있어 일반원칙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정치방침’을 결정함으로서 일반원칙을 정치적 수사로 전락시켰다. 당시에도 민주노총 결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비판은 토론되지 못했고 절차를 중심에 둔 다수의 결정에 진압돼 버렸다.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으로서 가져야 할 원칙을 위배하면서 민주노동당과는 다른 방식의 정치세력화를 염두 해 둔 동지들의 정치적 주장과 실천을 애써 외면하면서 지난 10년을 버텨왔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의회주의, 대리주의 정치의 문제가 대중적으로 공론화되고 다른 방식의 정치세력화가 대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총자본의 신자유주의공세에 맞서는 정치투쟁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더 이상 민주노총이 이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셋째, 위와 같은 이유로 배타적 지지방침은 대중운동 내부의 계급적 통일성을 오히려 약화시키는데 기능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최근 다시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논란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단위노조들의 배타적 지지방침 철회 결정이 발표되고 민주노총 정치방침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여전히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고수해 대중조직 내부의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이 패권주의를 심화시키고 다양한 정치논쟁과 토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방침 철회로 정치적 우경화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대중조직의 형식적 결정에 의존하는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의 현주소를 웅변할 뿐이다.
현재 대중조직의 핵심과제는 총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노동의 분할전략에 맞서 계급적 통일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조직의 정치방침은 이러한 과제에 종속되어야 한다. 동시에 대중조직의 정치방침은 대중들의 다양한 정치적 이해와 실천이 당면한 과제에 부합하도록 정치조직과 관계맺기를 해야 한다. 정치조직들 역시 대중조직의 정치방침과 맞물리면서 투쟁 속에서 노동계급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양자의 관계는 노동대중 스스로가 투쟁의 주체로, 정치의 주체로 나서는데 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오히려 우경화를 막는 방법이다. 지난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제출된 ‘신자유주의 반대, 비정규법 폐지,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정치세력을 지지, 지원한다’는 내용과 같은 것이다.
동시에 민주노총은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하고 ‘모든 정치조직이 노동대중과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조직적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개방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정치방침 마련을 위한 토론을 공론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10년을 평가하고 대중이 주체가 되는 정치세력화 논의를 활성화시켜내야 한다. 대중의 정치의 장으로 끌어내는 의식적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미 논의는 시작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단위노조에서는 배타적지지 방침을 철회하고 있다. 정치세력화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배타적 지지방침 고수한다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현실에서 무력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세력의 패권적 태도로 인한 대중조직의 분열확대’,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민주적 태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이번 6월 19일 개최되는 대의원대회에서는 정치방침을 둘러싼 논란을 끝내고 정치조직과 대중조직의 관계에 대한 일반원칙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일반적 원칙의 수립은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노동 분할 전략에 맞서는 투쟁, 이에 함께 하는 정치세력과의 연대’이다. 또한 정치방침 논란은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을 진전시킬 수 있는 실천적 논쟁과 토론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난 10년의 정치세력화운동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대중주체 정치세력화’운동을 위한 논의와 실천으로 거듭나야 한다.
2008년 6월 13일
노동자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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