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제리 2008.04.08 14:35 조회 수 : 1069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글로벌 정책공조의 지속불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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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3월 13일 칼라일 캐피털이 사실상 청산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던 칼라일 캐피털은 자산규모의 30배가 넘는 돈을 빌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저당대출)에 투자했다가 결국 부도를 맞았다. 그리고 다음날 14일 미국 뉴욕 월가의 5위 투자 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베어스턴스의 사례는 미국 금융기업 부실화의 파장이 모기지회사와 사모펀드를 넘어서 은행부문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큰 충격을 주었다. 이제 누가 제2, 제3의 베어스턴스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은행의 ‘빅 파이브’라고 불리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중에서 베어스턴스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리먼브라더스가 그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시티그룹과 메릴린치는 이미 2007년 4/4분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에 관해 각각 180억 달러, 167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상각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주택경기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추가 상각이 불가피하며 이를 감당할 수 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미국 모기지 혁신과 부동산 대부의 증권화

현재 미국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기원은 2006년 10년에 걸친 주택호황의 붕괴에 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다양한 세제상 특전과 보조금으로 주택소유를 지원했다. 안정적인 주택자금 공급을 위해 설립된 정부지원은행인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각각 2위와 3위 규모의 대부기관으로 성장했고, 미국 모기지(주택저당금융)의 거의 절반을 통제한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은 그들은 자금조달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실로 독창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기지를 집합(pool)으로 묶어서 채권을 발행했고, 이는 현재 주택연계증권(MBS)의 시초가 되었다. 이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자, 머지않아 다른 은행들도 부동산 대부의 증권화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은행은 MBS를 통해 수수료가 높은 새로운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외부로 이전하고, 대부된 자금을 신속히 회수함으로써 새로운 대부를 제공할 수 있었다. 수익에 굶주린 투자기관들로부터 MBS 시장에 대한 자금공급이 쇄도했고, 은행은 흥청망청 모기지 대부를 확대했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자 은행은 재융자(리파이낸싱)와 주택담보가계지원대출(홈에퀴티론)을 제공함으로써 신용수요를 부양했다. 재융자는 모기지 대출자가 주택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은행으로부터 더 큰 액수를, 더 낮은 이자로 대출 받게 했다. 이로써 모기지 대출자는 기존 융자를 갚고도 남는 돈으로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다른 용도로 투자나 소비에 지출할 수 있게 되었다. 홈에퀴티론은 주택 구입가격에서 은행으로부터 집을 담보로 대출 받은 돈을 제외한 집의 가치를 담보로 또 다시 대출받는 ‘2차대출’이다.
또한 2000년대 초반 미국 신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FRB는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는 2000년 6%에서 2001년 이후 2003년 중반까지 1%로 인하되었다. 초저금리 상태에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확대되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부분 모기지 부채로 누적되었다. 한편 기업의 부채는 주가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과 인수합병에 활용되었다. 결국 저금리 기조가 주식시장 부양과 부동산 투자 확대라는 쌍생아를 낳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모든 것이 좋아보였고, 미래는 낙관적이었다. 주택 호황이 거품으로 전환되는 시점인, 2004년 후반부터 2006년 초까지 은행은 오히려 공격적이며 모험적인 혁신을 가속화했다. 모기지 추가대출(피기백)은 주택구입자가 계약초기에 납부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써, 이제 가계는 현금이 전혀 없어도 완전히 빚을 통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출자의 소득, 재산, 신용거래기록 등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높은 이자율로 모기지를 제공하는 알트-A(중간) 등급 모기지와 서브프라임(비우량등급) 모기지가 확산되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는 750만 명의 대출자에 6천억 달러로 미국 모기지의 약 20%를 차지했다. 조정금리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보통 3년 이상 운영되며 가입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대부기관은 초기의 1% 수준의 ‘미끼금리’가 나중에 재설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다. (2007년 4/4분기에는 서브프라임 금리가 20.2%까지 급등했다.) 다수의 대출자는 모기지 조건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금리 재설정이 이뤄지기 전에 주택가격 상승으로 재융자를 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FRB가 2004년부터 2006년 중반까지 여러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에서 5.25%로 인상시키자 주택거품이 폭발했다. 주택판매, 주택건설, 모기지 대출, 주택가격이 모두 급락하기 시작했다. 2007년 2∼3월 모기지 대출회사의 부실화와 파산 위기라는 서브프라임 발 금융위기의 태풍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이자율 상향조정의 첫 번째 물결이 강타했다(1차 위기).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

부동산 대부의 증권화 사슬의 연쇄 위기

2007년 8월 9일 프랑스계 투자은행 베엔뻬 빠리바가 서브프라임 관련 두 종류의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하자 세계적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파생금융상품의 가격폭락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2차 위기). 먼저 MBS 시장이 사실상 소실되었고, 이는 모든 층위의 부채담보부증권(CDO) 시장을 동결시켰다.
CDO는 MBS, 회사채, 신용카드매출채권담보증권 등 다양한 종류의 채권을 묶어놓은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10만 달러를 차입한 사람을 가정하면, 유동화전문회사(SPC)는 사람의 모기지를 다른 모기지와 섞은 뒤 MBS를 만든다. 그 다음 투자은행들은 CDO를 만들어 MBS와 회사채등을 섞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풀을 투자자들의 금리선호에 따라 자른다. CDO가 처음 등장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최근에 그 발행이 본격화되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06년 투자은행들은 5천억 달러어치의 CDO를 발행했고, 이는 2002년의 840억 달러의 네 배를 넘는다.
CDO 시장이 급격히 위기에 전염되자, 거래규모가 급격히 축소되었고 추정 가치의 약 80%가 하락했다. CDO에 투자한 헤지펀드, 보험회사, 연금, 은행 등이 줄줄이 손실을 입게 되었다. 메릴린치와 시티뱅크은 대규모 자산상각이 불가피해졌고, 2007년 10월 말 각각 80억 달러와 110억 달러의 손실을 발표했다. 또한 메자닌 트랑시(고수익고위험 등급) 이하 신용등급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던 헤지펀드들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위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11월, 투자은행들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세운 구조화투자회사(SIV)를 중심으로 하는 3차 위기가 발생했다(3차위기). SIV는 은행들이 출자한 자산을 근거로 단기성 기업어음인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발행해 단기자금을 조달하여 MBS, CDO와 같은 고수익 장기증권에 투자했다. 2007년 8월 말, 9월 초의 ABCP 시장의 혼란은 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의 단기투자수단을 차단했다. 이는 기업어음시장이 압력을 받게 했다.
이제 은행은 갑작스럽게 고객의 즉각적인 유동성 투입 요구에 직면했다. 이러한 자금 소요는 은행간시장(inter-bank market)에서 폭발했다. 2007년 8월 세계적으로 조직된 은행간시장이 급속도로 무질서해지자,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특히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은 몇 주 동안 대규모 긴급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최고 중앙은행, 즉 “최종대부자”의 개입은 선례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9월 18일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이자율 인하(0.5%)에 뒤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발 금융위기는 계속해서 제4, 제5의 위기로 이어졌다. 2008년 1월 채권보증회사들(모노라인)의 위기가 현실화되었다(4차위기). 모노라인은 신용파산스왑(CDS) 계약을 통해서 헤지펀드나 투자은행 등으로부터 특정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일정 수준의 신용보증수수료를 받는 대신에, 채권에 대한 원금과 이자지급을 보증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눈덩이 불듯 커지자 모노라인들의 부실이 커졌고, 앞으로 대형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다면 서브프라임 사태는 일반 채권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마저 있다.
한편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로 투자금액의 5억 6300만 달러(52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채권이 편입된 CDO에 투자한 국내 은행은 우리, 농협, 외환, 신한, 산업, 부산, 대구은행 7곳이며, 특히 우리은행이 투자금액의 90.6%인 4억 4500만 달러, 농협은 78.7%인 1억 7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겸업은행모델의 확산과 금융혁신

부동산 대부의 증권화, 파생금융상품의 사슬의 중심에는 겸업은행 모델의 확산과 금융혁신이 존재한다. 1989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2차 은행업지침, 1999년 미국의 금융서비스현대화법률로 은행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제약이 제거되자 은행들은 겸업은행모델을 추구했다. 겸업은행은 상업은행(예금유치와 대출), 투자은행(증권), 펀드관리, 보험 등을 결합함으로써 손쉽게 새로운 금융상품들을 도입했고, 이러한 상품들을 위한 시장을 조직하고 대량의 유동성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한 지붕 아래에서 모든 금융업무를 실행하는 겸업은행은 거대한 자산거품의 와중에서 시장조작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투자은행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뮤추얼펀드의 주문을 받아 체결해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정보접근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고객들의 매수주문을 미리 알아서 자기거래를 통해 해당 물량을 매입,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른바 프론트 러닝. 물론 투자은행들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은행은 정보의 강점을 이용해 고위험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이를 위해 단기자금 차입(레버리지) 확대도 불사했다. (SIV의 사례는 이미 앞에서 언급했다.) 나아가 거품이 커질수록 규제당국, 은행내부 평가인, 신용등급평가기관, 기업내부 회계감사관, 기관투자가 주주는 이를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과실을 나누는 데 급급했다. 투자은행의 트레이더들은 “1~2년간 고위험에 베팅해 큰 수익을 얻으면 평생 먹고 살만큼의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2006년 리먼브라더스의 실적 상위 6위권의 매니저들은 1억 5천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챙겼고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CEO는 4천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한편 겸업은행의 발전과 함께 은행간 경쟁의 가속화는 ‘금융혁신’을 자극했다. 금융상품은 쉽게 서로 모방하며, 발전 사이클이 매우 짧다. 따라서 은행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라는 압력에 항상 노출된다. 증권화, 파생상품, 구조화금융과 같은 금융중개업의 새로운 경로가 세계적 규모에서 경쟁적으로 거대한 투자자 집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는 공황과 공포로 급격히 전환되었고, 신용체계의 단계적 붕괴가 개시되었다. 모기지 대출자-모기지대출회사-유동화전문회사-투자은행-투자자(헤지펀드, 보험회사, 은행)-구조화투자회사 등 다층적인 피라미드로 구성된 증권화 사슬에서 투자자들은 최종대출자(모기지대출자)와 여러 층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신용정도를 평가하고 손실을 예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누구도 증권화 풀에서 언제, 어떻게 손실이 발생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연기금과 헤지펀드와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CDO나 ABCP의 불투명한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그 가격을 책정하는 매우 정교한 컴퓨터 계산 모델을 활용한다. 그러나 그들의 모델은 판매하려는 금융상품을 어떤 가격에서 구매하려는 자가 항상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이러한 모델은 주어진 가격이 적절하다면 위험성을 이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가시화되면서 그들의 상품을 위한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도래할 때, 그들의 모델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신바젤협약(바젤2)을 통해 은행의 리스크 관리의 정교화를 추구하고 있다. 신바젤협약은 은행리스크에 신용리스크(기업부도로 인한 채권회수 불능 위험)와 시장리스크(투자목적의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의 손실위험) 외에 운영리스크(내부 통제제도 미흡, 담당자의 실수,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위험)를 추가했다. 그리고 신용리스크 산정 방식에서 기존 표준방법(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에 따라 위험가중치 차등적용) 외에 감독기관의 승인 하에 은행 자체적으로 신용리스크를 측정, 관리하는 내부등급법을 인정했다. 결국 은행은 더욱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 도입에 대한 보답으로 스스로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협약은 은행이 위험자산을 보유할 경우 적립해야 할 자기자본 비율을 높임으로써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평가 모델 역시 스스로 가정하고 있는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신용경색의 힘 앞에서는 무능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글로벌 정책공조

그러나 미국 금융위기의 규모가 거대하고 전 금융분야에 단계적으로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데도, 각 경제기관들은 1-2년 내로 미국의 금융부실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낙관적 전망의 근거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융기업들이 단기간 내에 1,8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상각을 신속히 발표했다. 주요 금융기업들이 호황기에 축적한 유보자금 규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응능력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부실화 위험에 조응하여 아시아와 중국의 이른바 ‘국부펀드’가 자원공급원 역할을 했다. (국부펀드는 대략 2005년부터 사용된 용어로서 정부자산을 운영하는 정부소유기관을 뜻한다. 대개 국부펀드는 외환보유고에서 유래했고, 국가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활용된다. 2005년 설립된 한국의 ‘한국투자공사’(KIC)가 여기에 해당된다. KIC는 2008년 1월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 지원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성을 반영하는 외국 중앙은행의 준비통화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도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비중은 1995년 59.0%에서 2001년 70.7%로 상승한 후, 점진적으로 하락했지만, 2007년 3/4분기 말에도 63.8%를 유지한다.
이처럼 미국경제를 지탱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최강 제국주의로서 미국경제의 특이성을 반영한다. 미국은 세계 각국, 특히 동아시아 국가(일본, 중국,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감당하는 세계경제의 ‘최종소비자’이며, 동시에 각국이 가정하는 최종적인 투자안전국(자본도피처)으로서 ‘자본수입국’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미국이 해외로부터 흡수하는 이자, 배당, 초민족기업 계열사의 유보이윤과 같은 자본소득을 통해 이처럼 불균형한 메커니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메커니즘은 미국이 범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통해 엄청난 부를 직간접적으로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메커니즘의 붕괴는 세계 각국의 경제 메커니즘의 동반 붕괴를 가리킨다.
따라서 세계 각국 정부(특히 G7이나 G8)는 정책조정을 통해 미국경제의 요구를 반영하는 경제정책을 실행한다. 즉 미국 경제의 객관적 상태를 반영하여 달러에 대비한 자국통화(엔화, 유로)의 환율을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1985년의 플라자합의와 1995년의 역플라자합의).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는 전례 없이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국 FRB의 요구에 따라 금리조정을 단행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까지 정책금리를 잇달아 올려왔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보류하는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미국 경제가 경착륙을 하지 않는다면, 경착륙이 의미하는 바대로 폭탄을 실은 비행기, 곧 세계경제의 폭발을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필사적인 정책공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이윤율 하락 추세를 반등시킬만한 생산혁신을 조직하지 못하는 무능력에 처해있고, 최강 제국주의 국가로서 누리는 달러 발권이익이 이중적자의 누적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경착륙이 중심부 국가들의 정책공조를 통해 지연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에서 먼저 폭탄이 터질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침체에 따라 수출국가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세계 증시를 주도하는 동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증시가 폭락했으며, 글로벌 과잉유동성 축소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즉 저금리국가 일본에서 대출된 투자자금을 흡수했던 고금리국가(호주, 뉴질랜드)의 금융위기 우려나, 해외자금유입이 높은 유럽 신흥국(불가리아, 보스니아, 루마니아)의 위기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당분간은 세계경제의 몸통 격인 미국이 위기의 폭발을 그럭저럭 관리해나가더라도, 미국 제국주의의 부의 원천인 세계경제의 주변부에서부터 그 토대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관련자료>

로버트 구트만, 「2007년 세계 신용경색」
박하순,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야, 바보같으니라고!”: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가능성
뒤메닐&레비, 「미 제국주의의 새로운 형세에 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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