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은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자는 정규직"
서울중앙지법, 검찰의 무혐의 처분 뒤집고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7년06월08일 14시00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협력업체 노동자인 김모 씨 등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현행 파견법에 의거, 현대자동차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제조업 공장에서의 불법파견 논란에 법원이 처음으로 쐐기를 박은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제조업 직접생산에서의 파견은 명백한 불법"
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근거도 노동계가 꾸준히 주장해 온 내용들이다. 서울지법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 배치돼 근무하는 점 △현대차 소유의 시설 등을 사용해 현대차가 작성한 지시표에 의거해 작업하는 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현대차 정규직과 동일한 점 △현대차의 인상금액 계산에 따라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된 점 △현대차 관리자가 직접 업무를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증거들로 인해 "현대차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 감독권을 넘어서서 사실상 원고들을 포함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 명령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를 행하였고 이를 통하여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를 제공받았다고 보인다"는 판결이 나올 수 있었다.
따라서 법원은 "사내 협력업체들과 현대차 사이의 업무도급 계약은 실질적으로는 사내 협력업체들이 그 소속 근로자들을 현대차에 파견하여 현대차의 지휘감독을 받게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업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파견 대상업무에서 제외되므로 이 사건 근로자파견계약은 불법파견"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유독 검찰만 '현대차 감싸기' 나서는 이유 뭔가"
지난 2004년 12월에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 걸쳐 사내하청 노동자 1만여 명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해 큰 파장을 불렀으나, 시정되지 않은 채 2년 반을 끌어왔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줄곧 불법파견을 부인했고 한편으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구속과 해고, 손배가압류 등 탄압을 저질러 물의를 빚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검찰이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의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려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검찰의 판단을 뒤집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검찰의 반노동자적 결정을 법원이 바로잡았다"며 "노동부도 인정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인정했고 마침내 법원도 인정했는데 유독 '현대자동차 감싸기'에 나섰던 검찰은 '현대차 장학생'이었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이 불법파견에 고용의제 조항(파견법 제6조 3항)을 적용한 것도 주목된다. "2년이 지나도록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인 고용의제 조항은 그동안 합법적인 파견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법원은 고용의제 조항에 대해 "고용간주라는 부담을 주어 장기간 파견을 규제하는 동시에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고용불안을 제거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라며 "위법한 파견에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고용불안 해소가 어렵고, 사용주가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불법파견을 남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년 이상 근속자만 현대차 근로자 지위 인정
전비연 "불법파견 발생 즉시 고용의제 적용해야"
이에 따라 소송을 낸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소속 7명의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한 김모 씨 등 4명은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해고 등으로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인 강모 씨등 3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의 대상이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사용자들의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에 큰 제동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 중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적인 소송을 전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명백하게 법을 어긴 불법파견의 경우 합법파견에서보다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학계의 일반적인 주장인 만큼, 전비연과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등은 3명의 청구 기각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불법파견의 경우 불법파견이 발생한 그 즉시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전비연 등은 "이번 판결에서 기각된 3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 역시 현대자동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아울러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명백히 잘못되었음이 드러난 이상, 정부가 관련자를 문책 처벌하고 현대자동차에 강력한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검찰의 무혐의 처분 뒤집고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7년06월08일 14시00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협력업체 노동자인 김모 씨 등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현행 파견법에 의거, 현대자동차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제조업 공장에서의 불법파견 논란에 법원이 처음으로 쐐기를 박은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제조업 직접생산에서의 파견은 명백한 불법"
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근거도 노동계가 꾸준히 주장해 온 내용들이다. 서울지법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 배치돼 근무하는 점 △현대차 소유의 시설 등을 사용해 현대차가 작성한 지시표에 의거해 작업하는 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현대차 정규직과 동일한 점 △현대차의 인상금액 계산에 따라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된 점 △현대차 관리자가 직접 업무를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증거들로 인해 "현대차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 감독권을 넘어서서 사실상 원고들을 포함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 명령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를 행하였고 이를 통하여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를 제공받았다고 보인다"는 판결이 나올 수 있었다.
따라서 법원은 "사내 협력업체들과 현대차 사이의 업무도급 계약은 실질적으로는 사내 협력업체들이 그 소속 근로자들을 현대차에 파견하여 현대차의 지휘감독을 받게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업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파견 대상업무에서 제외되므로 이 사건 근로자파견계약은 불법파견"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유독 검찰만 '현대차 감싸기' 나서는 이유 뭔가"
지난 2004년 12월에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 걸쳐 사내하청 노동자 1만여 명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해 큰 파장을 불렀으나, 시정되지 않은 채 2년 반을 끌어왔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줄곧 불법파견을 부인했고 한편으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구속과 해고, 손배가압류 등 탄압을 저질러 물의를 빚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검찰이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의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려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검찰의 판단을 뒤집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검찰의 반노동자적 결정을 법원이 바로잡았다"며 "노동부도 인정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인정했고 마침내 법원도 인정했는데 유독 '현대자동차 감싸기'에 나섰던 검찰은 '현대차 장학생'이었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이 불법파견에 고용의제 조항(파견법 제6조 3항)을 적용한 것도 주목된다. "2년이 지나도록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인 고용의제 조항은 그동안 합법적인 파견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법원은 고용의제 조항에 대해 "고용간주라는 부담을 주어 장기간 파견을 규제하는 동시에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고용불안을 제거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라며 "위법한 파견에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고용불안 해소가 어렵고, 사용주가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불법파견을 남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년 이상 근속자만 현대차 근로자 지위 인정
전비연 "불법파견 발생 즉시 고용의제 적용해야"
이에 따라 소송을 낸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소속 7명의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한 김모 씨 등 4명은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해고 등으로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인 강모 씨등 3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의 대상이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사용자들의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에 큰 제동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 중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적인 소송을 전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명백하게 법을 어긴 불법파견의 경우 합법파견에서보다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학계의 일반적인 주장인 만큼, 전비연과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등은 3명의 청구 기각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불법파견의 경우 불법파견이 발생한 그 즉시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전비연 등은 "이번 판결에서 기각된 3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 역시 현대자동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아울러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명백히 잘못되었음이 드러난 이상, 정부가 관련자를 문책 처벌하고 현대자동차에 강력한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